2012년 3월 6일 화요일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생면부지의 스타트업에 600만달러를 투자한 사연




세계적인 Angel Investor 가 한번도 본적이 없는 회사에 6백만달러를 투자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 사건이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났었다. Yuri Milner 와 Ron Conway가 Y-combinator 를 2011년도에 졸업(왜 졸업이라는 표현을 쓰는지는 아래에 보충 설명을 하겠다.)한 모든 회사(40개)들에게 15만달러씩 투자를 단행했다. ( 15만 * 40 = 600만달러 )

Yuri Milner 는 Facebook, Zynga, Groupon 에 투자했었고, 그 외에도 이미 수많은 인터넷 기업에 투자 경험을 갖고 있는 베테랑 투자가이다. Ron Conway 역시 최고의 투자가 중에 한 사람으로 Twitter, Digg, Zappos, Facebook, Paypal, Google 등에 투자를 하여 큰 수익을 얻었다. 두 사람 다 Forbes 선정 최고의 투자가 100위안에 들어가 있을 정도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듯 싶다.

투자조건 또한 기가 막힌데 convertible debt 형식으로 투자자 입장에선 최악(반대로 기업가 입장에서는 최고)의 구조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 라운드에서 fund raise 를 할때 당시 투자를 하는 벤쳐캐피탈들과 같은 valuation 으로 지분을 갖는다. 초기에 투자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valuation 을 어떻게든 낮춰서 가능한한 많은 지분을 가져가는것이 상식인데, 오히려 거꾸로 돈은 먼저주고, 다음 라운드 투자 받을때 해당 valuation 을 받아가겠다는 투자방식을 선택한거다.

그들이 이런 엄청난 투자를 단행한 것은 순전히 이 기업들이 모두 Y-combinator 출신 기업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Y-combinator(이하 YC) 는 뭐가 이렇게 다른걸까?


Y-combinator 의 힘 1) 학교시스템의 차용
 YC 는 학교에서 다양한 시스템을 차용해 왔다. 1년에 두번 신입생을 모집하고, 선발된 신입생은 약 3달간 교육을 받고, 교육의 마지막 날 자신의 프로토타입을 투자자들 앞에서 데모하는 시간(Demo Day)을 갖는다. Demo Day 이후에는 Y-combinator 를 졸업하여 더 이상 학교(?)를 다니지는 않는다. 물론 졸업생 신분으로 계속 Y-combinator 와 연결된다. 학생들은 장학금의 명목(?)으로 약 15000$ 내외의 현금을 받게 된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그들의 지분(6%정도)로 교환된다. 학생들은 같이 일주일에 저녁 형식의 수업을 한번 받고, 나머지는 1:1 과외형식(Office Hour) 으로 이루어진다. 일주일에 한번 있는 저녁 수업에서는 명사들의 강연을 듣는데 강연은 물론 그들과의 네트워킹 시간도 주어진다.
  학교스러움은 언뜻 보면 우리에게 당연스럽게 느껴질수도 있는데 이것은 인류역사에서 축적된 가장 효율적인 지식 전달 방법이 아닌가?

 - 혹시 YC 의 Office Hour 에서 주고 받는 내용들이 궁금하다면 이 영상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Y-combinator 의 힘 2) 실전 노하우 공유 
 사람들이 모여 같은 분야에 대해 고민을 하고 공부를 하면 서로 도움을 주게 되고 서로가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다들 스터디 한번 해본 경험은 있을 것이다. 필자도 교환학생을 준비하면서 토플 스터디를 했었는데 혼자서 공부해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지식들을 얻을 수 있었다. 주로 토플 시스템의 구조, 어떤 강사가 실력이 좋은지등에 대한 정보였다. 이 지식이 영어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시험에서는 1~2점이 당락을 좌우하지 않는가!

 스타트업을 하게 되면 정말 궁금한것(그런데 책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가령..
 - 현재 우리 회사의 'valuation'은 어느정도가 적당한가.
 - 어떻게 실력있는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는가. 어떤 조건을 걸어야 하나 스톡옵션은 필요한가?
 - 투자를 받으면 지분율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 이메일 호스팅은 어떻게 받아야 하나.
 - 창업멤버끼리 지분율은 어떻게 나누는가?
 - 모 대기업이 제휴를 제의했는데 계약서 내용을 보고 제휴를 진행하는 것이 맞을지 틀릴지..
 - 창업멤버끼리 다툼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 현재 VC 에게 투자를 받아야할까 말아야 할까 받으면 정말 뭐가 좋은걸까.
 - 어떤 플랫폼으로 개발을 시작하는것이 좋을까?

 이런것들을 편히 물어볼 수 있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YC 에는 있다.
 wired 와의 인터뷰에서 Paul Graham 은 위와 같은 스타트업 사이의 노하우 공유에 대해 산호초(Coral Reef) 라는 효과라는 표현을 했는데, 산호초들의 모여 지내면서 그들이 더욱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Y-combinator 의 힘 3) 네트워킹

 Y-combinator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 그 스타트업은 모든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다. Y-combinator 참여 기업중에서 techcrunch 에 기사 한번 나지 않은 기업은 없을정도로 언론에서 주목한다. 그리고 YC 의 파트너들은 다른 VC들과 네트워크가 아주 좋아 2012년기준 Demo Day 에 참가하는 VC의 수만해도 300여개가 넘는다. 실제로 VC 들은 데모데이 이전에 YC 참가 회사들에게 접근을 하기도 하여 몇몇회사는 데모데이 이전에 추가 투자를 받기도 한다.
 투자자들의 관심뿐만 아니라 alumni network 도 상당하다. 학교에서 서로 동문/선후배를 챙겨주듯, 서로를 아주 잘 챙기는데,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서로 제품을 사용해주기도 한다. 특히 기업용 소프트웨어인경우에 수백개의(YC alumni 기업이 현재 300여개 )기업에 퍼트릴수도 있다. 거기다가 자금을 어느정도 갖춘 YC alumni 들은 후배기업에 투자를 단행하기도 한다.
 YC 를 만든 Paul Graham은 인터뷰에서 YC의 네트워크는 대기업에 속해 있지 않으면서 대기업 네트워크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문제가 문제점에 봉착해도 해결해주거나 같이 고민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인데 YC 의 네트워크는 그렇게 함께 이미 고민했던 사람들이 있고 해결해주는데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YC 의 한 회사가 Django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Paul 은 그들에게 YC alumni 인 Simon Willison( Author of Django )을 소개시켜줄 수 있었다.



Y-combinator 의 힘 4) 멘토

 YC 의 성공의 뒤에는 분명히 스타트업 햇병아리들을 멘토링한 YC team 이 있다. 그 team 의 멤버는 아래와 같다.


Paul Graham

YC 를 만든 Paul Graham 은 성공한 기업가이다. 대학교 친구와 함께 창업한 Viaweb 은 홈쇼핑몰을 호스팅하여 일반인들이 운영해줄 수 있게 해주는 업체인데 (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cafe24?? ) Yahoo 에 약 5천만달러에 매각되었다. 그는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스타트업과 관련된 재미있는 글들을 많이 쓰고 있다. 

Paul Graham 의 글이나 영상을 엿보면, 정말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방정식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노하우를 딱 몇가지의 문장으로 줄이기는 힘들것 같고, 직접 그의 에세이를 읽어보는 것이 가장 좋을것 같다. 명문들 중에서 한글 번역본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듯 하다. (필자도 그의 글을 보며 스타트업의 꿈을 꾸었다. )

Paul Buchheit 

Google 의 초기 멤버로 Gmail을 개발했고 그 이후에는 FriendFeed 를 창업하여 facebook 에 매각하였다. 뛰어난 개발 능력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의 일원으로써 활동한 경험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

Robert Morris

Paul Graham 의 오랜친구로 Viaweb 을 함께 창업하였다. 뿐만 아니라 Morris Worm ( 세계최초의 worm ) 을 만든 장본인으로 유명하다. ( 이 사건때문에 그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 현재는 MIT 교수로도 재직중이다.


Y-combinator 의 힘 5) 아이디어보다는 사람


 YC에서 아이디어를 중요시 안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사람(팀)을 더 중요시한다. 그것은 YC의 지원서에서도 드러나는데 YC의 지원서를 보면, 아이디어에 대한 얘기를 쓰기는 하지만, 지원자가 얼마나 똑똑한지에 대해서 더 궁금해하는 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실 아이디어를 쓰라고 하는것도 아이디어를 통해 얼마나 똑똑한지 알아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때때로는 아이디어가 없는 지원자도 참여시킨다고 한다.
 YC 프로그램 진행중에도 아이디어의 변경(pivot)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하다. YC에 참가했던 전설적인 모 스타트업은 Demo Day 2일전에 아이디어를 바꿔서 새로운 프로토타입으로 데모를 시연한 적도 있다. (이 스타트업은 그 이후에 Sequoia Capital 에서 funding 을 받는 등 순항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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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

YC 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가장 재미있었던 점중에 하나는 YC 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였다. 이 모든 것은 Paul Graham 의 Harvard 강연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에 Paul 은 자신의 모교 Harvard 에서 스타트업을 어떻게 시작하는가( How to start a startup 원문 / 한글 번역본  )에 대한 강의를 했었는데 강연을 끝낼 즈음에 startup 을 직접 경영한 적이 있는 angel 에게 투자를 받는게 스타트업 운영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학생들이 자신을 다른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Paul 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마치 어미새를 바라보는 아기새들 같았다고 한다. 결국, 그들의 눈빛을 외면못하고(!?) Y-combinator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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